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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善)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칼자국과 균열은 다시 아문다. 그것은 치유되고 아물고 잊히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런 내면에 머물며 여전히 피를 흘린다. 44

 

나는 생애 처음으로 죽음을 맞보았다. 그 맛은 지독히도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44

 

"그러니까 내 생각은 카인에 관한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분명 완전한 진실이고 올바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들이 보시는 것과는 다르게 볼수도 있지. 그러면 대체로 나은 뜻을 갖게 돼. 57

 

용기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늘 두려운 존재거든. 59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진 것이고, 그 우물은 바로 나의 젋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62

 

넌 누군가를 무서워하고 있는 게 분명해. 하지만 결코 안 될 일이야. 사람 앞에서는 절대 두려움을 가지거나, 너처럼 놀라서는 안돼. 70

 

사람은 누구 앞에서든 너처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누군가가 두렵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상대에게 내주었기 때문이야. 70

 

자, 그런 두려움이 바로 우리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거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것에서 벗어나야만 해. 73

 

아!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이끌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없다는 것을! 82

 

내 인생에 있어 흥미로운 것은 오직 나 자신에 도달하기 위해 내딛던 걸음뿐이다. 83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운명인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삶에서 오로지 한 번인 유년이 퇴색되어 서서히 빛이 바랠 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곁을 떠나감으로 인해 고독과 함께 지명적인 추위를 느낄 때,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85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게 생각하게끔 할 수도 없고 나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남에게 생각하게 할 수는 없어. 그러나 사람은 상대를 잘 관찰할 수는 있지. 그리고 다음 순간 상대가 뭘 하게 될지 제법 정확하게 맞힐 수 있어. 93

 

신이란 선이며 어질고 고귀한 존재, 아버지와 같은 자비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드높고 다감한 것이라는 것은 옳은 말이야! 그러나 세상은 또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신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죄다 악마로 치부되고 만다는 거야. 그렇게 해서 세계의 절반은 통째로 은폐되고 묵살 당하게 되는 거야. 바로 사람들이 신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 기리면서도 생명의 근원인 모든 성생활은 간단히 묵살하고, 걸핏하면 악마의 짓이네, 죄악이네, 선언해버리는 거야! 사람들이 이런 여호와의 신을 숭배하는 데 대해서 내가 반대할 이유는 없어.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존경하고 신성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분리시킨 절반의 세계가 아닌 아닌 전체를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에게도 예배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그게 올바른 일인 것 같아. 아, 아니면 예배를 하나 더 만들어 악마에 대한 예배도 그 범주에 포함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일들이 생겨날 때에도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신을 창조해야한다고 생각해. 101

 

우리는 누구나 자기 스스로 찾아내야만 해. 과연 무엇이 허용의 범주에 들고 무엇이 금지의 영역에 포함되는지, 무엇을 스스로 금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104

 

지나치게 안일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속한 세계의 금지된 것을 피해 순응하며 살 뿐이지. 그게 살기 쉽거든. 다른 사람들은 법령을 스스로 느낀단 말이야. 어떤 남자들이 날마다 하는 일들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곳에서 엄금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허용되기도 하거든. 사람은 누구나 독자적일 수 있어야 하는 법이야.104

 

소년의 사랑스러움은 내게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이 나를 별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으며, 스스로도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 111

 

나는 오랫동안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고, 늘 마음이 기울게 되는 온화하고 수줍은 내성적 발작이 싫었으며, 빈번하게 엄습하는 따뜻한 사랑에 대한 상념이 두려웠던 것이다. 120

 

나에게 있어 가장 결핍된 한 가지를 꼽자면, 그건 바로 친구였다. 120

 

네게 불쾌한 소리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네가 무슨 목적으로 잔을 비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너와 나 둘 다 모르고 있단 말이야. 하지만 인생을, 네 생명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거든.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들 내부에는 모든 것을 알고, 원하고 더 잘 해내는 존재가 있단 말이야.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지극히 유익한 일이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141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141

 

희열과 오싹함이 뒤섞이고, 남녀가 섞이고, 지고와 추악함이 뒤얽힌 깊은 죄는 지극한 청순함을 통해 충격을 주었으며 사랑에 대한 꿈과 환상이었다. 그리고 아프락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은 내가 처음 느꼈던 불안과 동물적이고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내가 배아트리체의 초상에 바친 것 같은 경건하고도 정신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사랑은 양쪽 다였다. 양쪽 다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였고,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된 것이며, 인간과 동물이면서 최고의 선이자 그단의 악이었다. 146-147

 

나는 성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목표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몰랐으며 무기력했다. 확실한 것은 단 한 가지, 내부의 소리인 꿈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사명을 느꼈다. 147

 

다만 단 한 가지만 할 수 없었다. 내면에 감춰진 목표를 끄집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이었다.

147

애당초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실함이 깃든 사람이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 우연이라 하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욕구와 필요에 의해 인도되는 것뿐이다.

150

 

나는 어떤 일에서는 조숙했지만 다른 어떤 일에 있어서는 뒤처지고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나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쭐해하고 교만을 떨기도 했지만 반면, 꼭 그만큼 자주 의기소침해하고 굴욕스러워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했고 또 어떤 때는 절반 쯤 돌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또래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쁨을 그다지 누리지 못했고, 자주 비난과 근심으로 정신을 소모했다. 마치 내가 그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기라도 하듯이. 마치 나의 삶이 굳게 닫혀 있기라도 하듯이.165

 

자신과 남들을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인간은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일은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볼 때 어떤 예감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거든,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아무것도 묻지 말도록 하게.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는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166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때문이야.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은 결코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170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즉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무도 없다. 189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한 자기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190

 

나는 그렇게 완전히 벌거벗은 채 외롭게 서 있을 수가 없어. 나 또한, 약간의 온기와 먹이를 필요로 하고 이따금씩은 자기 비슷한 것들을 곁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한 마리 가엾은 약한 개라네. 191

 

 

그는 유럽의 정신과 시대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디를 가나 단합과 집단 형성이 추세였으나 그런 어느 곳에서도 자유와 사랑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 단체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공동체는 강제적인 것이며, 불안과 도피에 젖은 당황에서 비롯되었고, 내부가 썩고 낡아 붕괴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단합이란……."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아름답긴 하지. 그러나 지금 곳곳에서 성행하는 것은 전혀 단합이라고 할 수 없어. 진정한 단합은 개개인이 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기존의 세계의 모습을 뒤바꿀 거야. 지금 단합이다 연합이다 하며 저기 저런 식으로 모여 있는 짓은 그저 시시껄렁한 몽미일 뿐이야. 인간들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각자의 품으로 도망치는 거야. 신사들은 신사들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말이야! 헌데 그들은 왜 불안을 느끼는 걸까? 그건 바로 자기 자신과도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을 깨닫고 느낀 적이 변변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200

 

그는 사랑했고,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219

 

나는 또다시 싸워나가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그리움에 괴로워하게 될 것이며, 꿈을 꿀 것이고, 고독해질 것이다.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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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edited on 04/30/2008 16:39 by 여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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